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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학 칼럼 ‘언어를 말하다’
외래어는 두덴 사전에 어떻게 수록될까?

언어학 칼럼 ‘언어를 말하다’, 3호
독일어에서 외래어 수용이 어떻게 이루어질까? | © 괴테 인스티투트/일러스트: Tobias Schrank

영어가 독일어 어휘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친다는 사실을 카트린 쿤첼-라춤도 알고 있다. 하지만 “조만간 우리 모두 독일식 영어, 즉 댕글리쉬를 사용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의 문제제기는 과장된 비판이라고 그녀는 본다. 독일어 정서법의 지침서인 두덴 사전의 외래어 수용 과정에 대해 이야기해본다.

영어에서 유래한 어휘가 독일어 구어와 문어에서 확고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해도, 정서법 두덴 사전에서는 아직도 라틴어 어원의 외래어들이 우세하다. 지난 개정판에 새로 수록된 신조어들 중 영어 외래어가 아무리 많았다 해도 두덴의 라틴어 외래어 수를 따라잡지는 못한다. 두덴에 수록된 대부분의 외래어는 라틴어에 근간을 두고 있고, 그 다음이 영어, 그리스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아랍어, 스페인어, 히브리어, 네델란드어 그리고 러시아어 순이다.

외래어도 성공적으로 동화될 수 있다

외래어가 동화되는 과정은 흥미진진하다. 필자가 좋아하는 단어는 ‘솜털 같다’는 뜻의 영어 ‘fluffy’에서 파생된 독일어 단어 ‘fluffig’이다. 강세와 철자, 품사 구분이나 어미변화 측면에서 독일어지만, 영어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필자는 이 단어를 매우 성공적인 외래어 동화의 예시라고 본다. 이런 예를 하나 더 제시해보겠다. 최근에 우리 출판사에 ‘Instagrammer(인스타그램 사용자)’를 어떻게 써야 하느냐는 문의가 들어왔다. ‘m’을 한 개 혹은 두 개로 써야 하는지에 관한 질문이었는데, 인터넷에는 둘 다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그 사용이 어느 정도 자리 잡혀 있는 영어 표기법에 따라 ‘m’을 두 개 쓰기를 권한다. 이 철자법이 독일어에서 더 관례적이기도 한다. 이런 예시에서 볼 수 있듯이 두덴의 외래어 수용 과정에서는 내용, 맞춤법, 문법 그리고 때로는 음운론 등의 일련의 문제가 함께 제기되기도 한다.

영어 외래어를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

다른 비영어권 나라의 사전 편집부에서와 마찬가지로 내용적인 측면에서 우선적으로 논의되는 것은 자국어에서 외래어가 차지하는 비율이다. 즉, 우리 사전에 외래어를 얼마의 비율로 수록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독일에는 프랑스의 아카데미 프랑세즈나 스페인의 왕립 학술원처럼 영어 외래어 수용에 강력하게 반대하면서 영어 대신 자국어 어휘를 사용할 것을 공격적으로 주창하는 국립 기관이 없다.
 
독일에는 언어정책에 영향을 주는 중앙 기구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영어 외래어의 수용이 큰 통제 없이 이루어진다. 이에 영어 외래어에 격렬하게 반대하는 이니셔티브가 조직되기도 하나 그 영향력은 미미한 편이다. 그렇다고 비상사태를 선포할 필요까지는 없다는 것이 두덴 편집부의 입장이다. “조만간 우리 모두 독일식 영어, 즉 댕글리쉬를 사용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라는 잦은 우려와 문의에 우리는 분명하게 “아니다”라고 답변한다. 이유는 영어 외래어의 개별적인 수용이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는 별 생각 없이 영어를 대량으로 텍스트에 남발하여 사용하는 현상이다. 그래서 우리는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목표집단에 맞게 정선된 알맞은 외래어 사용법을 제공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Fake News’ 혹은 ‘Fakenews’?

외래어 단어를 어떤 표기법으로 두덴에 등재해야 할지 결정하는 것은 때론 절대로 쉽지 않은 문제이다. 지난 개정판에서 우리는 ‘Fake News’라는 단어를 가지고 오랫동안 고민하면서 집중적인 토론 끝에 세 개의 모든 변형에 가능성을 열어놓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우리는 ‘Fake News’, ‘Fake-News’, ‘Fakenews’ 표기법을 모두 최신 개정판 두덴에 수록하고 그중 ‘Fake News’를 추천하면서, 실제 사용에 있어서는 어떤 표기법이 관철되는지 관찰하기로 했다. 한편 호주의 유명한 산 ‘Ayers Rock(에어즈록)’의 이름인 ‘Uluru(울루루)’ 표기법에 있어 우리가 집중적으로 고심했던 문제는 발음이었다. 원주민들은 어떻게 발음하는가? 독일어를 모국어로 하는 우리는 어떻게 발음할까?
 
이렇게 외국어의 수용 과정은 우리에게 많은 깨달음과 풍요로운 성과를 함께 가져다 준다. 제27판 개정판에서 필자가 좋아하는 새로운 외래어는 ‘hyggelig(히겔리히)’이다. 덴마크어로 ‘편안하다’는 의미의 단어이다. 

언어학 칼럼 ‘언어를 말하다’

본 칼럼 ‘언어를 말하다’는 2주마다 언어를 주제로 다룬다. 언어의 발전사, 언어에 대한 작가의 생각과 언어의 사회적 영향력 등 문화적, 사회적 현상인 언어를 주제로 한다. 언어 전문가나 다른 분야의 칼럼니스트들이 돌아가면서 자신의 관심 주제에 대해 6개의 기고문을 연재한다.